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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 떨어지는 이야기] 병리과 의사들은 왜 파업까지 생각할까요?

조범7 2010. 6. 26. 14:10

이번에는 맛집 이야기가 아닌 조금 밥맛 떨어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도하구요....

 

 지난번 분만할 산부인과 의사가 없다고 언론에서 떠들고 난 이후로

산부인과 분만 수가를 50% 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병리과, 안과 백내장에 대한 수가는 15%-20%정도 낮추었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산부인과 수가 인상에는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해서 다른 과의 수가를 낮추는 것은 정말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가라는게 뭘까요?

우리나라같은 개발도상국에서 80년대부터 전국민 의료보험이 가능한 이유는

군사정부의 강압적인 정책시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쉽게 의료를 접할 수 있는 전국민의료보험에 대해서는 당연히 찬성이지만

그 때부터 지금까지도 의사의 입장에서는 정부와 마찰을 가지게 됩니다.

뭐 일방적인 당하기식의 마찰이지만요...

 

의료수가를 쉽게 설명하자면 식당에서 10,000원짜리 백반을 누구나 다 먹을 수 있게 결정해놓고

손님에게는 3000원만 받게하고 나머지 7000원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7000원에 대한 지원이 5000원이 되기도 하고 3000원이 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특별한 음식에는 국가가 지원을 안해주고 식당 주인에게 가격을 받게 하면서도,

그 식당 주인을 비도덕적인 범죄자 취급을 하죠~

 

병리과는 내시경이라든지 수술로 떼어낸 조직을 현미경으로 보면서

어떤 병인지 최종적으로 진단을 내려주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의사들의 진단이나 치료 결정 과정에서 꼭 필요한 과입니다.

 

이러한 조직은 숙련된 병리의사들만이 정확한 판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병리과는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처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과도 아니고,

대형병원이 아니면 취직이 쉬운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혼자서 개업을 할 수 있는 과도 아니라서 의사들에게는 대표적인 비인기과입니다.

 

병리과 교수님께서 오늘 아침 보내온 협조전입니다. 

 

위의 간단히 요약하면 병리과에서 검사하는데 정부에서 인정해주는 수가가

검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이니 조직검사를 최소로 해달라는 부탁입니다.

 

하지만 내시경을 전공으로 하는 소화기 내과 의사의 입장에서

병이 꼭 한 곳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곳에 정상이 아닌 곳이 있는데 그걸 구분을 하지 말고

하나의 검사로 시행하라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저야 병원의 입장과는 상관없는 사람이라서 예전과 똑같이 일을 하겠지만 정말 큰일입니다.

 

7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병리과의 수가 인하는

그렇지 않아도 비 인기과라서 적은 병리과 의사들의 수를 더욱 감소시킬것이며

그 결과는 인력 부족으로 검사가 지연되고

내시경 검사후에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치료방법을 결정 못하거나

수술후에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치료가 늦어질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동료 의사들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올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혹시나 병리과 수가 인하가 철회되고 다른과 수가인하가 진행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